귀농귀촌

잘봐 얘들아 2탄, 형아들 싸움이다. 넷플릭스 영화<말죽거리 잔혹사>

one_year90 2024. 3. 8. 17:17

 
장르:드라마,학원,로맨스,멜로,액션,느와르,성장,시대극
감독,각본:유하
상영시간:116분(1시간 56분)
상영등급:15세 이상 관람가
 
1970년대 강남 8학군의
상문고등학교와 은광여자고등학교를 참고해
배경으로 한다.
 

 
사는 동안, 누구나 인생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시절이 있을것이다.
내겐 1978년이 그런 해였다.
 
그해 봄 우리집은 강남으로 이사를 왔다.
강남의 땅값이 앞으로 엄청나게 오를 것을
예견한 어머니가 서둘러 결정한 일이었다.
 
내가 전학간 곳은 말죽거리 근방에 있는
정문고등학교였다.
 
나는 정문고의 악명을 어렴풋이 듣긴 했지만
그 소문이 제발 사실이 아니길 바랐다.
 

 
1978년 말죽거리의 봄,
현수(권상우)는 강남의 정문고로 전학온다.
정문고는 선생 폭력 외에도 
학생들간 세력 다툼으로 악명높은 문제학교다.
 
이소룡 열혈팬이라는 이유로 금새
죽고 못사는 친구가 된 모범생 현수와
학교짱 우식(이정진)
올리비아 핫세를 닮은 은주(한가인)까지.
 
이 영화는 죽기 전에 꼭 봐야할
한국영화 1001편에 속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본질은 유신 정권 당시의
학창 생활에 대한 애증어린 회고담이자
그것을 배경으로 어느 한 청소년의 성장기이다.
 
공부잘하고, 성실하고, 순진하고
첫사랑을 바라보기 바쁜 평범한 학생이
1970년대 당시 제도권 교육의 폭력적 현장에 휩쓸려
쌍절곤으로 선도부원들을 때려 눕히는 괴물이 되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백미는
후반부에 옥상에서 현수와
선도부장 차종훈 패거리가 혈투를 벌이는 
옥상 결투씬.
 
감독은 사실성을 살리기 위해
100%리얼 액션으로 
촬영했다고 한다.
 
합이 딱딱맞는 영화적 액션이 아니라
뒤에서 선빵치기부터 시작하는
실제 고등학생들이 할 법한
개싸움으로 이런 리얼함이
포인트이다.
 

 
마지막 옥상결투 씬 이후
울먹이며 외치는
"대한민국 학교 좆까라 그래!"
 
(명장면, 명대사...)
 
순수하고 착한 학생을
다른 탈출구가 없도록 폭력적으로 물들이는
당시의 제도권 교육 및 세태를 정면으로
불신하고 비판하는 영화의 주제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마치 데미안에서
태어나려는 새가 알이라는 세계를
깨부수는 것처럼
 
학교에서 벗어나게되고
더불어 청소년에서 어른이 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1950년대 학교를 소재로 한
비판적 영화이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주인공인 현수와 다르게
한병태는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현실에서도 평범하게 살아간다.
 
내가 이 영화를 더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죽거리잔혹사>에는
카타르시스가 있기 때문이다.
 
권력자인 차종훈을 참교육하고
마지막에 일갈하며 나가는 장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장면이다.
 

 
주연인 권상우는 특유의 혀짧은
발음때문에 연기력을 저평가받는 배우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발음덕분에 오히려
현수라는 캐릭터의 소심함이 더 잘
표현된 것 같다.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말죽거리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양재역 사거리의 옛 명칭으로
 
조선시대부터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말들에게 죽을 먹이는 거리라는 뜻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영화의 배경인 정문고의 모티브가 된 실제학교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상문고등학교이다.
 
강남8학군 지역 고등학교등중
악명높은 학교 분위기를 비롯해
학내비리로도 유명했던 사립고등학교.
 
각본과 감독을 맡은 유하 감독,
영화의 제작을 맡은 싸이더스 노종윤 이사,
엔딩 타이틀 곡을 부른 가수 김진표,
부패한 선도부장 차종훈역에 이종혁
등이 모두 실제 상문고 출신이다.
 

 
배우 김부선은 학교 앞 떡볶이집
아줌마로 특별 출연하여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부선의 인터뷰중 관련 일화에 대해
얘기한 부분이 있는데,
 
중년 여인이 고등학생을 유혹하는
내용이 윤리적으로도 좀 그렇고
현실성이 안느껴졌던 김부선은
캐릭터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고민하다
 
"감독님, 이런 또라이 같은 여자를 어떻게
제가 연기해요?" 라고 물어봤고
 
유하 감독은
 
"부선씨, 이건 실제로 저의 경험담이에요."
 
라고 말해 굉장히 놀랐다고 한다.
 

 
실제 1980년대 들어서면서
강남에 전철2호선이 들어서고
대도시로 발전하면서
땅값이 1평당 5억까지 뛰었다.
 

학창시절을 왜 잔혹사라고 표현했을까?

 

 
영화는 당시 학교 교육이
유신시대라는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여
국가의 억압적 권력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묘사한다.
 
오로지 성장과 효율성을 강조한
시대인만큼 여러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시대였다.
 
그 부작용은 주로 개인의 인권과
창의성의 억압이었다.
 
영화의 주 배경인 학교는 이런
시대적 분위기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쓰였다.
 

 
영화의 말미부분에서
권상우는 격렬한 옥상격투신을 뒤로하고
퇴학처리된다.
 
싸움이야 같이 했다고 하지만,
학교 기물을 부순부분, 
선생님을 모욕한 부분,
시대적 상황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었다.
 

 
현수:아버지 죄송합니다.
 
아버지:그래 꼭 고등학교 나와야만 대학가냐
 근데 이소룡이는 대학 나왔냐?
 
이 영화속에서 현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맞기 전에 선방을 날리고,
모욕을 당하기 전에
욕설을 뱉는 것이었다.
 
시대적 배경과
억압,부조리 등 많은 의미와
해석을 곳곳에 부여할 수 있겠다.
 
내가 여려서 봤던
말죽거리잔혹사는
오로지 액션만이 나의 즐거움이었고
유치한 대사가 나의 기쁨이었다.
 
나이가 들고 보니,
이 영화는 그저 참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 쓴 청춘에 대한 헌사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재미없던 학창시절이
그토록 그리워지는 영화라니..